도시를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거대한 도시의 안전은 과연 어디에서 무너지는 걸까?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기본적인 것,
우리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지하의 작은 누수나
막혀버린 배수로 같은 곳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땅꺼짐 사고들을 보면
그 원인들의 대부분이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더 무섭다.
지하시설물 관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노후된 하수관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그 물이 지반을 파고들다가
어느 순간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식이다.
사람들은 땅이 갑자기 ‘푹’ 꺼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아래에서는 수개월, 어쩌면 수년 동안
천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은 강남 폭우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가 수도권의 가장 중심부라고 믿었던 그곳에서,
한밤중도 아닌 대낮에,
사람이 빗물에 잠긴 도로 위를 걷다가 한 발자국 잘못 디뎠다는 이유로
거대한 하수구의 빨랫물처럼 빨려 들어갔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멍해졌다.
이게 과연 2020년대 절반이 지난 지금,
초고층 빌딩이 숲처럼 서 있는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건물 외벽이 LED 스크린으로 빛나는 시대인데,
정작 땅 아래 흐르는 하수관 하나가 사람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문제의 본질은 결국 지하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지상은 화려하게 꾸미면서,
도로 포장은 반짝반짝 새것처럼 바꾸면서,
그 아래의 노후 하수관과 배수관,
그리고 지반의 상태는 ‘눈에 안 보인다는 이유로’ 늘 뒤로 밀린다.
결국 작은 균열에서 새어나온 물은 흙을 조금씩 씻어내고,
그 빈 공간은 점점 커지고,
어느 순간 지반이 더는 버티지 못하면
우리는 그것을 ‘갑작스러운 사고’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앞으로 도시가 더 촘촘해지고,
지하철 노선과 지하도로가 더 복잡해지고,
비는 더 자주, 더 강하게 쏟아질 것이다.
그런 시대에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 곳’을 먼저 살펴야 한다.
지하 누수 하나, 막힌 배수로 하나가
결국 땅꺼짐 사고, 도시 침수,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도시는 위에서 완성되지만,
안전은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래서 화려한 빌딩보다, 반짝이는 야경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상태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과연 우리는 지하를 제대로 돌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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