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이 한창 진행되는
넓은 지형을 바라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 세워질 아파트의 가치부터 먼저 떠올린다.
“저기 들어서면 오를까? 투자할 만할까?”
이런 계산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곳에 시선이 머문다.
그 땅 아래에서,
아무 말 없이 변하고 있는 지하수위의 흐름 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여러 사례를 보며 실감해왔다.
겉으로 보이는 개발의 속도나 화려한 조감도보다,
보이지 않는 땅속의 물길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어느 지역을 바라볼 때
항상 먼저 지하수위·배수로·지층 흐름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지점에서
사고의 징후가 자라기 때문이다.
지하수위가 조금만 내려가도 지반이 약해지고,
배수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하수의 누수가 지층을 갉아먹는다.
그게 쌓이면 건물은 겉모습과 다르게
서서히 피로해지고,
갑작스러운 균열이나 침하로 위험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어떤 땅이 좋은지를 판단할 때도,
이미 지어진 건물을 평가할 때도
지하의 상태를 먼저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광고 사진의 화려함보다,
외벽의 마감보다,
나는 늘 그 건물을 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지반의 컨디션’을 먼저 본다.
지형의 흐름을 타고 흘러가는 물길,
땅을 지탱하는 지층의 단단함,
배수로 설계의 의도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다 보면,
그 땅이 말없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있다.
어떤 곳은 오래 버티겠다고 말하는 듯하고,
어떤 곳은 곧 손봐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결국 건물이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는
힘은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땅속 깊은 곳에서 나온다는 걸
나는 늘 도시를 보며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 앞으로의 개발 방향에도,
안전을 판단하는 기준에도
더 많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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